내 몸에 지워지지 않는 붉은 고통

Reno’s Submission 1

붉은 립스틱

차 안에서 한 여자가 내게 강렬한 키스를 하고 한 손으로 내 볼을 어루만지며 입술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 몇 마디 속삭이더니 차 문을 열고 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차를 몰아 한적한 공원 주차장으로 향한 뒤 시동과 라이트를 끄고 운전석 거울을 내려 작은 불빛에 투영되는 내 진실된 모습을 보았다. 색의 강렬함도 아니요 맛도 아니었다. 단지 내 입술과 이곳저곳 파헤쳐 남겨진 그 붉은 자국이 나를 마비시켰고 나는 마치 탈진한 하이에나가 된 것만 같았다.

붉은색은 상대를 한 순간에 지배할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색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부적과도 같아서 그냥 보게 하는 것 만으로는 상대를 쉽게 무너트릴 수 없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붉은 립스틱을 바른 것을 상대에게 보여주기만 했을 뿐인데 상대방의 무장이 해제되거나 굴복의 자세를 보인다면 그 사람은 분명 격렬하게 지배를 당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러니 두려워 할것도 없다. 튀어 보인다고 걱정하지도 말 것. 이 립스틱을 바르는 순간 당신은 지배자이자 결정권자가 된다. 상대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 대상이 남자든 여자든.


에디터 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