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이제그만, 이제는 BDSM

혈액형이 대세인 시대가 있었다. 1990년도부터 2000년도 초중반 시절, 이성과의 첫 만남부터 혈액형을 묻곤 하던 문화가 MBTI의 추종자들에 의해 잠식당했다. 하지만 MBTI의 성행도 곧 머지않아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BDSM을 말하는 MZ세대가 소셜미디에어서 현실로 등판하고 있으니. 그중 몇몇 에세머의 라이프를 훔쳐보았다. 에디터 레노



👩🏻‍💼보영(BD)
구속하고 훈육하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보영(32)은 결혼 생각이 없다. 그녀의 하루 일과는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간밤에 새로 들어온 주문 건을 확인하고 배송 준비를 마친 뒤 거래처에 방문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의류와 가방의 디자인을 하달하고 스튜디오로 향하여 광고 상품을 기획하고 촬영하는 일로 오전을 보낸다.

그리고 오후에는 고객에게 제공할 프로모션을 구상하고 이벤트 문자를 발송하거나 주문 건에 대한 2차 배송을 진행하고 집으로 퇴근하거나 자주 가는 식당이나 와인바에 들러 저녁시간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녀는 틈틈이 쇼핑을 즐기고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올리고 에스엠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친구를 사귀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녀는 같은 성향의 새디스트나 펨돔들과 가깝게 지내며 정보를 공유한다. 주로 대화에서 오고 가는 내용은 그간 해왔던 플레이나 추구하는 플레이, 하고 싶은 플레이 등에 대해서 얘기하거나 만나고 싶은 멜섭들의 스타일이나 추구하는 방향성과 함께하는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 탓에 여럿 이성친구와 만나서 연애도 해봤지만 소위 바닐라라 일컫는 남자들에 대해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에스엠으로 진출한 지 올해 8년째를 맞이하는 그녀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홀로 자유롭게 여행하고 쇼핑하고 골프 치고 맛집을 다니는 일상이 너무나 행복하다.

처음엔 스스로도 어떤 플레이를 좋아하는지 몰랐지만 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을 겪다 보니 남는 건 도구밖에 없었고 하나하나 잘 갈고닦다 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고 자부한다. 올해 연디를 꼭 해보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다은(D)
지배적인

대기업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하는 전화 상담원 다은(28)은 사회적인 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에겐 차분하고 다정하고 수동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비춰지지만 섭섭이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능동적이고 주도면밀하며 차갑고 매섭기까지 하다.

그녀는 상대방에게 일상을 보고 받는 것을 선호하고 더 나아가 자신을 대하는 섭섭이의 생각과 태도나 행동을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교정해 줌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만들고 자신에게 맞는 사람으로 개조해 나간다. 상대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며 소유하길 원하는 모노가미 스타일인 다은은 질투심이 많고 의심도 많지만 그 누구보다 한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고 보살핀다.

과거 선비 사상이나 남성 중심 사회로부터 비롯되는 남자들이 여자를 대하는 관습적인 사상이나 태도에 거부감을 가지고 특히 남자들이 여자의 육체를 탐하기 위해 말버릇처럼 내뱉는 허세나 거짓말을 경멸한다. 일상과 에스엠을 철저히 구분하며 다른 영역에 두고 생활하지만 그녀는 기회만 된다면 떳떳하게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야노와 사컨 그리고 시에프앤엠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를 선호하며 모든 선택과 결정권은 그녀에게 있기에 자신의 허락이나 명령, 혹은 암묵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독단적인 행위나 결정을 일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그 어떤 끌림이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만남이 아닌 일상이나 우연한 과정을 통해 알아가는 관계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 되길 그녀는 희망한다.

 

💇🏻‍♀️서연(S)
복종하는

인플루언서 모델을 하는 프리랜서 서연(25)은 오랫동안 연디를 맺고 있던 상대와 결별을 하고 최근 A커뮤니티에 자신의 구인공고를 작성했다. 빼어난 외모와 글솜씨로 커뮤니티 내에서도 많은 돔돔이의 관심을 독차지하던 그녀가 받은 쪽지수는 무려 1200통 정도.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되었을까?

지나친 관심과 더불어 도를 넘는 온라인 유저들로 인해 상처를 받고 건전 오프라인 만남으로 선회했다. “수백 수천의 쪽지에서 내가 좋아하는 한 사람을 오로지 글만 보고 선택하기가 힘들다” 고 대답한 그녀는 그냥 성향 얘기 없이 여러 사람과 만나는 자만추를 통해서 성향자 친구를 사귀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추천을 받고 싶어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색깔이 강하고 소유욕이 강하며 독특한 취향과 외모를 가진 돔돔이를 좋아한다. 키 180센티 이상에 배가 나오지 않았으며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운동을 즐겨하며 자기 일을 사랑하되 타인에게 마냥 친절하거나 착하기만 한 사람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힌 그녀는 자신 또한 꾸준한 식단관리와 필라테스 운동으로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소프트한 플레이를 추구하고 강아지나 댕댕이 앞에 자신의 성을 앞글자로 하여 불리우는 것을 좋아하며 플레이 도중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배를 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들여다볼 때 나르시즘과 육체적 쾌락의 절정에 다다른다고 밝혔다.

 

👩🏻‍🎤세미(SD)
가학적인

화구통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드러머 세미(30)는 어느 날 지방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여하고 난 뒤에 갖는 모임에서 한 새디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녀의 추천으로 에스엠을 알게 되었다.

그녀에게 용어나 플레이는 낯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행위의 절차나 방식이 새롭게 접하는 것이 아닌 기존에 습관적으로 행하던 것들이었고 스스로의 욕구나 바램이 변태적이고 비정상적인 줄만 알아서 항상 자괴감을 갖고 살아왔는데 에스엠을 접하고 난 이후로부터는 마치 감옥에서 인권을 박탈당하다가 자유를 되찾은 기분이었다고 그 당시의 상황을 회고했다.

어려서부터 엄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서 매를 맞거나 욕설을 듣는 경우가 많았고 가족 사랑에 대한 부재를 느끼다 보니 항상 무언가에 대한 결핍을 느끼게 되어 사회관계에서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만난 이성 친구가 매저키스트(마조히스트) 성향이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한 단어로 그의 성향에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본인이나 상대방도 스스로의 욕망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어쨌든 가학적으로 상대를 대하는 내 자신이 즐겁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이제는 자신만의 매뉴얼을 통해 자신과 타인에게 최고의 쾌락을 선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민주(M)
피학적인

대학생인 민주(25)는 취업 열정만큼이나 에스엠에서도 진취적이다. 그녀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자신의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사람을 고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직장만큼이나 에스엠 파트너가 자신의 향방과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생각에서다.

의존적이고 예민하며 피부결은 약하지만 스팽을 비롯한 체벌등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서적인 학대나 무관심한 방치, 그리고 애정에서 비롯되지 않는 플레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커(ker) 성향의 상대를 좋아하지만 일상과는 선을 긋는다.

일반적인 남성에게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와중에 에스엠을 알게 되어 문을 두드렸고 경험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만날 사람에 대한 혜안이 생길 정도로 충분한 경험이 되었다고 말했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많이 배우고 따르고 존중할 수 있는 분을 만났으면 좋겠고 그러한 사람과 연디를 꿈꾸는 그녀는 스스로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 하루도 고군분투 중이다.